[신상현 수사] 아! 이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는구나.

[신상현 수사] 아! 이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는구나.

신상현 수사

신상현 수사

세상사람들은 행복을 찾아서 방황하고 다닙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의 집안에 가난과 질병과 고통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 생각에 이 고통을 벗어나려면 가출하는 방법뿐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도망가도 도망가도 도망갈 곳이 없다고 느껴질 때, 방향을 바꿨어요.
정면승부를 걸기로 했어요.

그리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어요.시를 쓰면, 마치 진흙 속에 연꽃이 피어나듯이 고통으로 정화된 마음으로 시를 쓰면 나도 카타르시스를 통해서 행복하고 그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주지 않을까..
그래서 고등학교 때 문학클럽에 들어가서 활동도 해 보았는데, 3학년 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 안 되겠다.
시 가지고는 우리 집안의 불행을 면할 수는 없다.

부모님 두 분이 다 환자이고, 집안이 이렇게 가난한데 시 몇 편 써 가지고는 집안을 일으킬 수도 없고, 어머니 아버지 병도 못 고치니까.. 나는 시가 정말 좋지만 내 꿈을 접자.
나는 의사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부모님 병도 고쳐 드려야지..’
그렇게 정면승부를 걸어서 가톨릭 의대에 들어가서 인턴까지 됐는데 제가 인턴 때 아버님이 폐암에 걸리시더니 내과의 될 때 세상을 떠나시는 거예요.
그때 제 꿈은 다 무너졌어요.
‘내가 헛되고 헛된 것을 추구했구나..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게 있구나. 내가 아버님의 수명을 연장시켜 드릴 수 없구나.내가 추구했던 돈과 건강, 명예.. 이런 것들이 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같은 거로구나.
사막에서 목이 말라서 막 오아시스를 찾아갔는데, 막 달려갔더니 싹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거로구나..
‘세상사람들은, 저를 포함해서 그런 신기루같은 행복을 쫓아다니다가 결국은 불행해지는 것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숙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의 집은 6남매였는데, 유독 저만 어떤 일을 해도 순탄하게 잘 풀리는 거예요.’내 인생은 왜 이렇게 순탄한가? 내가 무엇을 잘 해서 이런 복을 누리는가?’
어느 날 알게 되었습니다. ‘아,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전적인 희생..
그리고 내 형제들이 나를 위해서 고통 당하고, 양보하고 그래서 이런 복을 누리는구나..’
저의 큰형은 낳자마자 병이 걸려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렇게 건강하잖아요?
내가 잘 나서 이런 게 아니라, 형제 자매들이 나에게 행복을 양보했고.. 재정적인 것을 양보했고..
내가 의대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형제 자매 중에 누구는 대학을 맘대로 다니지 못 한..그런 희생과 양보가 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 나는 빚쟁이구나. 부모 형제에게 빚을 졌구나. 어떻게 하면 빚을 갚을까?’

그런데 아버님이 폐암에 걸려 돌아가실 때, 자식들을 다 불러놓고 유언을 하시는데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상현아, 너는 이제 곧 내과전문의가 되는데,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말고 남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저는 그때 무릎을 딱 꿇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이렇게 아버지하고 약속을 했는데, 일주일 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를 산소에 모시고 내려오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아, 아버지하고 한 약속을 지켜야지.’
그후 저는 전문의 따자마자 한 달도 안 돼서 꽃동네로 왔습니다. 보따리 싸 가지고..
저는 의사로서 그들을 도와주러 갔는데,
삼 개월도 안 돼서 저는 깨달았습니다.저 버려진 사람들, 굶어 죽고 얼어 죽어가던 그들에게 내가 해 주는 것보다, 내가 받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저에게 다 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봉사하러 갔다가 봉사를 받는 사람이 되고나서 궁금했습니다.

‘나는 뭘 잘 해서 이렇게 건강하고, 의대 나와서 의사가 되고 저들은 왜 저렇게 버려지고 비참하고 쓸쓸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님이 꽃동네 준공식 때 오셔서 하신 말씀을 보았어요.
“여러분, 저기 꽃동네 가족들을 보십시오. 휠체어 타고 있고, 들것에 누워 있고, 정신병에 걸려 있고, 간질하는
저 환자들이 여러분들 눈에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보입니까?”
사람들은 조용했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추기경 눈에는 저 사람들이 쓸모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쓸모있는 분들로 보입니다.
왜냐 하면 저분들이야말로 내가 겪을 고통을 대신 겪고 있고, 내가 지은 잘못을 대신 보속하고 있고,내 허물을 씻어주는 가장 고마운 분들이기 때문에, 가장 꼭 있어야 하는 그런 분들입니다.”

그 글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맞다, 내가 부모와 형제들에게 빚을 졌듯이 내가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잘난 체 하고 살 수 있었던 힘은 꽃동네 가족들이 병들고 버림받아서 나의 고통과 죄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구나.나는 내 가족들에게만 빚을 진 줄 알았는데, 보지도 못 하고 알지도 못 하던 그런 불쌍한 분들에게 많은 빚을 졌구나.’

사람들은 가끔 저에게 묻습니다. “왜 수도생활을 합니까?”
“어떻게 내과 전문의까지 따 가지고 이렇게 힘든 선택을 하셨습니까? 아, 존경합니다.”
그러면서 갖은 칭찬을 다 할 때,
저는 속이 뒤집어지면서 막 토할거 같아요.
그러면서 속으로 이럽니다.
‘그렇게 나 칭찬할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가족들한테나 잘 해 주십시오.’
이건 제가 칭찬받으려고 한 게 아니고, 내가 꼭 해야 하기 때문에..제가 너무나 많은 사랑의 빚을 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부모, 형제에게, 의대 선생님들께, 훌륭한 선배님들한테, 그리고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그 빚을 갚아야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도자가 된 겁니다.
부끄럽지만.. 동료의사들 가운데 생명을 희생시키는.. 아이를 유산시켜 주는 의사가 있었을 때
‘내가 동료의사들의 잘못까지도 보속하고 대신 속죄해야 하지 않겠는가?그러므로 나는 장가 안 가도 좋고, 돈 못 벌어도 좋고.. 수도자가 돼서 살아야겠다..’이렇게 결심하고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체험을 한 적이 있어요.
한 20년쯤 전에, 저 부산 모 종합병원에 버림받은 에이즈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죽어간다고 해서.. 저희들은 그런 분을 모시는 게 소원이니까 제가 가서 모셔 왔어요.
모셔 와서 목욕을 시켜드리면서 보니까, 등에 욕창이 크게 두 개가 있는데 피고름이 나오는 거예요.
에이즈 환자는 피가 문제거든요.
관장을 했더니 거기서도 피가 나오고..
그래서 간호사님 보고 목욕을 시키라고 하려다가 ‘아, 에이즈는 피로 전염되는데..
간호사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수도자는 3D업종인데, 더럽고 힘든 일은 내가 해야지..’
그래서 병원장인 제가 그분 목욕을 시켜드렸어요.피를 닦아내고, 대변을 닦아내고, 욕창을 치료해 드리고.. 그리고 밥을 먹여 드렸습니다.그분이 밥을 받아 먹으면서 저를 쳐다보는데, 눈가에 이슬이 맺혔어요.왜 우느냐고 그랬더니, 당신이 “에이즈 바이러스가 머리까지 가서 곧 죽을 거라서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고사랑을 받아 본 그 감격 때문에, 이제는 버려져 혼자 죽지 않게 되었구나..그래서 울었다”고 했어요.

그렇게 40일을 돌봐 드렸습니다. 목욕 시켜 드리고, 주사 놔 드리고,드레싱 해 드리고, 약 드리고..사랑한다고 말해 드리고.. 밤이고 낮이고 돌봐 드렸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날.. 이제 숨이 턱에 차는 거예요.
그가 모기만한 소리로,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수사님, 제가 말할 기운은 없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죽어야겠습니다.”
그는 겨우 숨을 몰아쉬면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제가.. 행복합니다..”
저는 죽어가는 분하고 농담을 잘 해요.지금 새벽 한 시가 다 돼가는데, 딴 사람들 자게 조용히 좀 하시라고.. 시끄럽게 굴지 말고 조용히 하시라고.. 윽박질렀어요.
저는 ‘행복하다’는 그 말을 듣기가 너무 송구스러워서..반작용으로 농담으로 윽박지르는데 그분은 제 말에 기죽지 않고..
저는 젖 먹던 힘이라는 걸 그때 체험했는데
임종하는 환자가
 ‘한 번 더 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가 나오는지
“나는 정말로 행복해요~” 라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더 이상 농담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저희들의 보잘것 없는 사랑 때문에 행복하십니까?
그러나 그 말을 듣고 있는.. 그 고백을 듣고 있는 이 죄인이 그대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 한 시 반이 넘어서 당직실로 들어왔는데 아주 신비한 체험을 했어요.
조그만 당직실, 깜깜한 방에 창문이 닫혀 있었는데 마치 창문이 열리는 거 같으면서 어두운 밤 하늘과, 온 우주와 통하면서 우주 삼라만상이 다 내 꺼다. 하는 그런 기분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 나는 부자다.. 나보다 부자 있으면 나와 봐라..’ 그랬는데 그 방에 저밖에 없어서 아무도 안 나오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제가 제일 부자인 거 같았어요.
마음이 가난한 자가 부자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었는데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고, 더 주고..더 줄 것이 없어서 부족함을 느끼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바닥을 치면 그것이 가난한 상태입니다.그렇게까지 사랑하고 나면,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의 영혼도 구원되지만 그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우리도 행복해집니다. 그때 저 자신을 생각해 보면..저는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부인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야말로 시간도 없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야말로 다 줘 버렸기 때문에.. 저는 정말로 빈털털이였습니다. 밤 새워 치료했지만 그분이 죽어갈 때
‘더 잘 해 드리지 못 해 죄송하다..나는 저 분을 살려야 하는데 살리지 못 해서 실패한 의사다..어떻게 하면 더 도와드릴까..’
그런 부족감을 느끼면서 사랑했던 거 같아요.
그랬을 때 그분이 ‘행복하다’ 그러고, 저한테 그런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랑합니다.. ^^

[꽃동네 신상현 수사님 /pbc 신앙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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