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치며 노래하는 클레어 수녀, 에콰도르 지진 잔해 더미에 잠들다

아이들과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클라라 수녀

지난 16일 남미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명단에 기타를 치면서 아이들과 성가 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33살 클레어 마리아 크로켓 수녀 이름이 들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북부 출신인 클레어 수녀는 ‘어머니의 가정 수녀회’ (The Home of the Mother Order) 소속으로, 지진 발생 당시 플라야 프리에타에 있는 성 가족 기숙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클레어 수녀는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자 아이들을 급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리고 성당으로 뛰어들어가 성체를 모시고 나오려다 무너지는 층계 더미에 깔리고 말았다고 수녀회 측이 밝혔습니다. 이날 청원자 4명도 강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녀회 에콰도르 분원장 에스텔라 수녀는 “클레어 수녀가 성합을 감싸서 모시고 나오려는 순간 주변 벽이 모두 무너졌다. 그녀는 자신보다 주님을 먼저 구하려고 했지만, 주님께서 그녀를 구한(죽음을 통한 영생의 구원) 것이다. 우리는 이를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클레어 수녀는 17살 때 스페인 여행 중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수도회에 입회, 15년 동안 선교사로 살았습니다. 에콰도르에는 2012년에 파견됐습니다.

수녀회 측은 클레어 수녀의 ‘불꽃 같은 삶’을 7분 분량 동영상으로 엮어 공개하고, 고인의 천상 안식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클레어 수녀는 이 동영상에서 종신서원(2010년)을 회고하면서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관한 짧은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해외 사목 방문에 나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온종일 여러 곳을 찾아다니시느라 무척 피곤하실 때였어요. 사람들이 피곤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시더라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타인에게 바치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잊고 사는 사람은 원래 이런 겁니다.’ 저는 교황님의 그 말 속에서 ‘빛’을 보았어요.”

클레어 수녀는 이어 “저도 지칠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저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아요. 대신 하느님께 온전히 저 자신을 봉헌하려고 더 노력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영상 속 클레어 수녀는 아이들과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고, 홀몸 노인을 찾아가 마실 것을 건네고, 마을 주민들과 어울립니다. 10대 소녀처럼 표정이 밝고 쾌활합니다. 특히 영상 뒷부분에는 기타를 치면서 아이들과 노래 부르는 그녀의 평상시 모습이 담겨 있어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수녀회 측은 “강진 발생 전화를 처음 받고 나서 우리는 복되신 어머니께서 당신 옷자락으로 그들을 감싸 보호해 달라고 기도했다”며 “우리는 성모님이 그렇게 해주셨다고 생각하기에 자비로운 주님께서 그들을 어여삐 받아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은 죽음이 우리 여정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시켜 준다”고 말했습니다.

김원철 기자 [email protected]
평화방송

http://m.pbc.co.kr/news/view.php?cid=631442&path=201604

2016.04.21

Leave a Reply